예부터 우리 땅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북서풍과 남동풍이 교차하는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운이 약초의 약성을 좋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내 둘레, 내 키의 한 길 반 안에 나를 살릴 수 있는 약초가 다 있으니 필요한 것을 멀리서 찾지 말라는 선각자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며 여러 분야에서 전통의 맥이 끊어 졌습니다. 수천 년 동안 전래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야는 그 내용이 거의 실전되거나 혹 은 잘못된 의미로 변질되어 지금까지 매우 난해한 상태에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필수적인 본초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본초를 통해 끼니를 먹거나 병을 치유합니다. 인간은 본초의 의미를 잘 깨닫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분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 시대는 물질적 풍요에 취해 본래의 의미를 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약초라고 하여 마구 채취하고 섭취하는 일은 인간의 생리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세태에 이르니 반만년 동안 한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본초에 대하여 현재에 다시금 깨우쳐 알려야 할 의무를 느낍니다. 선조들의 지혜인 경학을 통해 본초를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리하여 현 세대와 다음 세대가 생의 평안을 누리도록 기틀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할 일입니다.
본초학을 보전·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필요합니다.
첫째, 식사에 대한 본래 의미를 되찾아 자연을 대하는 본능적 감각을 회복해야 합니다.
둘째, 온갖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는 생약재를 정결하게 재배해야 합니다.
셋째, 원형이 점차 사라져가는 토종 생약재에 대해 보존·연구하고, 외국 생약재의 연구 역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넷째, 한의학과 학술적 교류를 통해 약초의 약성과 그 활용법을 밝혀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본초학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술교류와 건강한 식사법을 해외에 널리 알려야 합니다.
이러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학술연구활동을 진행하면서 차세대 인재를 육성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본초학의 의미를 깨닫고 올바른 식법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설립자 범정 정연구